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한국의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투자가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요. 금리와 채권의 가격은 반비례한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오르는 구조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금리와 채권과의 관계를 알아보면서, 평소 혼동이 될 수 있는 용어들을 깔끔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준금리 VS 시중금리
모두 다 통틀어서 금리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를 혼용해서 쓰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 둘을 구분해야 합니다.
기준금리란 중앙은행이 정책적으로 정하는 금리를 이야기합니다. 한국은행이 정하는 금리는 정책적으로 정한 기준금리고 미연준에서 정하는 금리도 정책적으로 정하는 기준금리입니다. 반면에 시장금리는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거래할 때 시장 참여자들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는 금리를 이야기하죠.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완전히 같을 수는 없는데요. 그럼에도 기준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중앙은행에서 시장금리를 기준금리에 맞출 수 있도록 통화량을 조절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게되면 통화량을 감소시켜서 시장금리를 올리고, 반대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높으면 중앙은행은 시중에 통화량을 늘려서 시장금리를 낮추게 되는 것이죠.
코로나사태에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시중에 통화량을 공급했잖아요? 지금은 반대로 기준금리를 올려가면서 통화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시장금리도 같이 올라가겠죠.
정리하자면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정하는 정책금리인데,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면서 시장금리도 기준금리 따라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채권의 발행가격, 표면금리 그리고 채권가격과 시장금리
4가지 용어가 나왔는데요. 이렇게 구분하시면 됩니다. 채권의 발행가격과 표면금리는 고정된 것이고, 채권가격과 시장금리는 상황에 따라서 변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국내채권 투자하는 법에서 다루었던 현대케미칼 채권을 예로들어 봅니다.
위 채권은 22년 1월 27일 발행가 10,000원에 표면금리 3.666%로 발행이 되었습니다. 이 10,000원과 3.666%가 채권의 발행가격과 표면금리인데요. 이 발행가격과 표면금리는 발행이 된 이후에는 변경되지 않습니다. 고정이예요.
발행일 이후 채권의 매수단가 즉 채권의 가격은 발행가격보다 더 떨어져 9,464원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1월 이후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시장금리도 올랐기 때문에 채권의 가격이 발행가격보다 떨어진 겁니다.
예를 보시면 좀 더 명쾌하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발행가격과 표면금리는 발행일 기준으로 고정되어 있고, 시장금리에 따라 채권가격은 바뀐다는 것이죠.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장금리 변동이 채권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쳐서 채권가격이 변한다 입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과의 관계
금리 이야기와 예시로 든 채권을 보면서 이 둘의 관계는 이미 나왔다고 보는데요.
- 금리 상승 채권가격 하락 (기준금리 상승 -> 시장금리 상승 -> 기존채권 수요감소 -> 채권가격 하락)
- 금리 하락 채권가격 상승 (기준금리 하락 -> 시장금리 하락 -> 기존채권 수요증가 -> 채권가격 증가)
위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금리와 채권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움직일까요?
먼저 요즘과 같은 기준 금리가 오르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채권을 처음 발행할 당시 기준금리는 1% 수준이었고 채권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안해서 예시 채권과 같이 표면금리 3.666%에 발행했습니다. 그러다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 3% 수준까지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준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해 6~7%의 표면금리를 갖는 채권이 생겼구요.
이렇게 되면 기존의 채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날까요? 줄어들까요? 네 줄어듭니다. 발행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없어지겠죠. 결국 채권 가격을 낮춰야만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예시 채권도 발행가격 10,000원에서 채권가격이 9,464원까지 떨어진 것 처럼 말이죠.
반대로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기존에 높은 표면금리로 발행된 채권의 수요가 높아져 채권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시장 금리와 채권 수익률
앞서 본 금리와 채권가격의 관계를 한번 수식으로 이야기해보도록 할겠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채권수익률(Yield to maturity) 즉, 채권을 만기까지 가져갔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입니다.
일반적인 이표채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면, 투자시점에 채권가격(Present Value, PV)를 주고 채권을 사면 이자(Coupon)를 받다가 만기에 가면 발행가 또는 액면가(Face Value)와 이자를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이 내용을 수식으로 나타내 볼까요?
위 수식에서 PV는 채권가격, cpn은 이자 그리고 FV는 액면가 그리고 r이 채권의 수익률입니다. 액면가 10,000에 발행된 표면금리 10%의 3년만기 이표채는 일년에 1,000원씩 이자를 받다가 만기에 액면가와 이자를 합쳐 11,000을 받겠죠.발행 당시 채권의 수익률은 표면 금리와 동일합니다.
- 10,000 = 1,000/(1+0.1)^1 + 1,000/(1+0.1)^2 + 11,000/(1+0.1)^3
시간이 흘러 시장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표면금리와 채권 수익률이 20%인 채권이 시장이 등장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상황에서 전에 발행한 표면금리 10%짜리 채권이 시장에서 거래되려면 채권 가격이 얼마나 떨어져야 할까요? 최소한 새로 발행된 채권의 수익률 20%와 비슷한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져야 그나마 거래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채권가격은
- 7893.52 = 1,000/(1+0.2)^1 + 1,000/(1+0.2)^2 + 11,000/(1+0.2)^3
7893.52원입니다. 새로 발행된 채권의 수익률과 비슷한 수익률을 만족하기 위해서 가격이 7893.52원까지는 떨어져야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 되는 겁니다. 물론 시장 수급에 따라서 정확하게 저 가격에 거래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수치는 예상해 볼 수 있는 겁니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떨어져 5%가 됐다면, 시장에는 채권 수익률 5%짜리가 유통되기 시작할 겁니다. 이 상황에서 10% 표면금리를 가진 채권은 가격이 올라가겠죠?
- 11,361.6 = 1,000/(1+0.05)^1 + 1,000/(1+0.05)^2 + 11,000/(1+0.05)^3
대략 11,361원까지는 올라갈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위 그림과 같습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채권수익률에 영향을 주고 채권수익률(채권만기수익률)이 변함에 따라서 채권가격이 변합니다. 그리고 채권수익률은 채권가격과 반비례한다가 결론이겠네요.
시장금리와 채권 수익률 그리고 채권가격을 수식으로 풀어봤는데, 동일한 채권이 없을 수도 있고 시장참여자들의 의도에 따라서 거래가 되기 때문에 채권가격이 딱 이렇게 되야 한다 이런 것은 없습니다. 단지 이론적인 가격일 뿐이구요. 그럼에도 가격이 대략 이렇게 변할 수 있다라고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개념이 하나 나오는데요. 수식을 직접 풀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만기가 길수록 이자가 적을 수록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더 많이)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바로 채권의 듀레이션 개념입니다. 만기가 긴 장기채나, 이자가 없는 제로쿠폰채는 듀레이션이 길고 따라서 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금리 인하시에는 듀레이션이 긴 채권을 공격적인 무기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무기가 될 듀레이션의 개념은 다음 글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느라 수고 하셨습니다^^